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일기

왜 나는 타자소리가 나면 불안해질까?

 

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본다.

모니터 안에는 수 많은 영어와 기호와 숫자가 한데 섞여있다.

내 앞에 놓여진 문제들. 그 문제들을 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.

내 손은 키보드 위에서 어쩔 수 없이 쉬고 있다.

 

갑자기 동료의 키보드 소리가 크게 들린다.

타닥타닥타닥..

그 소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시도해보고 있는, 그러니깐 동료들의 총소리이다.

그들은 열심히 문제와 싸우고 있다.

 

그런데 갑자기, 불현듯, 나는 긴장감을 느낀다.

그들의 타자소리가 불편해졌다.

 

왜?

나는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걸까?

 

나는 쉬고 있는 내 손과 쉴 틈없이 움직이는 그들의 손을 비교한다.

그리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.

나는 왜 저들처럼 이리저리 시도해보지 못할까?

나는 왜 문제를 보고 나서 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가 보이지가 않을까?

 

아닌걸 알면서도

저들은 일하고 있고

나는 일하고 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.

 

나는 잘 모른다는 창피함, 부끄러움을 느낀다.

나는 비전공자이니깐 모를 수 있어, 나는 공부한 지 얼마 안됐으니깐 모를 수 있어.

라고 나를 위로하기엔 너무 변명같고 초라하다.

 

이런 내가 찌질해서,

그리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료 개발자들과 나를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것이 내게 절대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

이 생각의 고리를 끊어보려 한다.

 


이전

다른 사람의 키보드 소리 -> 그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.

나의 소리가 나지 않는 키보드 소리 -> 나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 않다.

 

이후

다른 사람의 키보드 소리 -> 그들은 문제를 풀 해결책을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. 그 생각을 실체화 되어 소리로 변환된 것이다.

나의 소리가 나지 않는 키보드 소리 -> 나는 머릿속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열심히 생각하고 있다. 내 머리가 열심히 생각하는 소리, 타닥타닥


 

이제부터 내 생각의 소리 또한 타닥타닥이다.

다른 사람의 소리가 들리면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지를 따지자.

내 손이 움직이지 않아도 열심히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 고민하고 있다면 okay!